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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og

[여행log]나마비루와 함께하는 삿포로 여행기 - ① Join this Queue!

by 벨크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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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니 뭐니, 하면서 블로그를 한 동안 소홀히 했었다. 지금까지 블로그 포스팅은 형식적인 면을 많이 갖춰서 쓰려고 노력했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편하게 나의 기록들을 남겨보고자 한다.

 

  이 8월을 눈 앞에 두고 쓰고 있는 이 여행기는 5개월 전인 지난 3월 친애하는 동기와 함께 삿포로에 다녀온 이야기이다. 5개월이나 지나서 이 일을 포스팅 하는게 새삼스럽지만, 지난 기록들을 들춰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여행을 시작하며

  공항에서 대기해야하는 시간이 무척 길거라는 사람들의 우려에 새벽같이 공항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웬걸, 출국 수속까지 마쳤는데도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았다. 신용카드에서 제공해주는 라운지 이용 혜택을 사용하여 라운지에 들어갔다.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맥주를 마셨다. 이제야 휴가가 시작된 기분이다.

 

라운지에서 아침부터 마시는 맥주
아침에는 역시 컵라면에 맥주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게 라운지에서 나와 정해진 탑승구를 향해 걸었다. 인천공항의 탑승구들이 나열된 복도는 언제나 설레는 공간인거 같다. 이 순간이 해외 여행의 즐거움과 설렘이 극대화되는 순간인거 같다.

 

  참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했던 일본인데, 삿포로까지는 비행시간이 꽤 길었다. 거기다 비행기에서 '대한 스키 지도자 연맹?'에서 진상 아닌 진상을 부려, 출발이 늦어진 것도 한 몫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비상 출입구 근처에 앉지 못하는 것은 다른 탑승객의 안전을 위한 규정이다. 그런데 왜 다리 깁스를 하고 있는 여성을 거기에 앉히고, 자리를 바꿔주지 않는 것일까? 거기다 규정을 바꾸라는 소리까지 한다. 승무원을 비롯하여 줄줄이 담당자들이 왔다가고서야 겨우 출발 할 수 있었다.

 

Join this Queue!

  어쩌고 저쩌고 연맹(사실 나쁜 이상이 강렬하게 남아, 연맹 이름이 잊혀지지 않는다. 대한 스키 지도자 연맹) 때문에 늦은 출발이 되었지만, 무사히 삿포로 공항에 도착해 일본에 입국을 마쳤다.

 

  숙소가 있는 오도리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 타는 곳을 찾는데, 일본어가 능숙하지 못하고 초행이다보니 길을 헤맸다. 어찌저찌 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 도착을 했다. 공항이다보니 많은 버스들이 지나쳐가는 정류장이었고, 어디에 줄을 서야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가 줄 버스를 타야하는지 찾기가 무척 어려웠다. 우리가 헤매고 있는게 티가 많이 났는지, 공항 직원처럼 보이는 보이는 분이 우리에게 먼저 어디로 가는지 물어봐주었다. 우리는 핸드폰으로 우리의 행선지를 보여주었고, 그 분이 이렇게 말했다.

 

"Join this Queue!"

 

  일본에서 처음 마주한 일본인이 너무 친절하게 우리를 도와주어서 무척 감사하지만, 이 낯선 영어 문장에 우리는 버스에 탑승해서 한 참을 웃었다. 여기 줄 서라는 표현을 'Join this queue'라고 할 줄이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해서인지 큐라는 자료 구조가 버스 탑승 줄에 쓰이니, 뻘하게 웃겼다.

 

  감사하고 재밌는 분 덕분에 무사히 오도리역 근처로 왔다. 이동시간이 꽤 길어서 숙소에 도착하니 네 시가 넘어가 있었다.

 

 

  숙소는 '비아 인 프라임 삿포로 오오도리 호텔'로 잡았는데, 일본 호텔의 특징인지 더블 베드 룸인데 무척 좁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층에 있는 대욕탕이 진짜 좋았다. 오죽 좋았으면 여행하는 내내 방에 있는 샤워 시설은 한 번 쓰질 않고 매번 14층에 있는 대욕탕에서 몸을 지지고 씻었다. 심지어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대욕탕에가서 몸을 지지는 일이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하니 다시 컨디션이 좋아져서,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본격적인 나마비루 시작

  동기의 계획대로 스프카레를 먹으러 갔는데, 아촤촤! 하필이면 휴업일이다. 그래서 다음으로 먹으려고 했던 쿠시야키 집을 갔다. 이번 여행에서는 식당이나 일정을 세세하게 짜놓지 않았다. 평소에 일정대로 살기 때문에 이런 즉흥적임이 오히려 휴식이고 여행의 재미라는 생각이 든다.

 

  스프카레 집에서 급하게 다음으로 가려고 했던 야키토리 집을 검색해서 이동했다.

 

 

토리큐 나마비루
특히 맛있었던 토리큐 덮밥
말도 안되지만 이 덮밥이 정말정말 맛있었다.

 

  '토리큐'라는 이 야키토리집은 진짜 로컬 맛집인지, 영어와 한국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거기다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났고, 바로 옆 테이블에서도 음식을 먹으면서 담배를 태웠다. 어색한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쓰며 음식을 주문했다.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제대로 들기 시작했다. 생맥주가 너무 시원했고, 이 덮밥이 말도 안되게 맛있었다.

 

  토리큐에서 1차를 먹고, 2차로 테바사키를 먹으러 갔다. 같이 간 동기는 약간의 맥주와 경험으로 일본어에 점점 자신감이 붙은거처럼 보였다. 2차로 간 테바사키집은 나고야에서 유명한 프랜차이즈인 '세카이노야마짱'이라는 곳에 갔다. 프랜차이즈라서 그런지 맛이 안정적이었다.

 

테바사키야끼소바
평범한만큼 안정적인 안주들

 

  아침부터 맥주를 그렇게 마셨는데, 일본에서 마시는 생맥주(나마비루)는 왜 술술 더 잘들어가는걸까? 2차까지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와 주전부리를 사서 숙소에서 또 먹었다.

 

  안정적이고 자유롭고 재밌는 삿포로 여행의 첫 날이었다. 힘들고 싫은 상황들이 없을 수 없지만, 돌아보면 다 즐거운 일들인거 같다. 보통 그런 상황들을 일상에서는 마주할 수 없으니, 더 즐겨보는게 좋은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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