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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og

[여행log]나마비루와 함께하는 삿포로 여행기 - ③ 효코세이 온천

by 벨크 2024.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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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이 앉아서 맥주나 퍼마시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서 오늘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보기로 결심한다.

 

효코세이 온천

  우선 예정된 일정인 효코세이 온천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런데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둘 다 지능이 떨어졌나보다. 온천가는 버스 타는 곳을 찾질 못하겠다. 멍청하게도 삿포로 역을 두 번 세 번 빙빙 돌고서야 버스 스탑을 찾았다.

 

  길게 늘어선 줄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는데, 갑자기 옆에 서 있던 할머니 한 분이 나한테 뭐라고 한다. 뭘까? 손짓과 발짓을 동원에 눈치껏 들어보니, 줄은 반대편에 가서 서라고한다. 아... 차량 이동 방향이 우리나라와 반대니, 줄도 반대 방향으로 서야 했었다. 그렇게 쿠사리를 먹고 줄을 다시 서서 겨우 버스에 올랐다.

 

  효코세이 온천은 버스를 타고 꽤 긴 시간을 이동해 도착했다.

 

긴 시간 이동해 도착한 효코세이 온천
긴 시간 이동해 도착한 온천, 무언가 허름하다.

 

  도착하자마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버스가 다닐 수 있을까? 이러다 못 돌아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일단 도착했으니 온천을 즐겨보자.

 

  겉으로 보이는 허름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노천탕은 정말 기가 막혔다. 눈을 맞으며 온천을 즐기는 풍류가 아주 맛깔스러웠다. 물론 내부 시설들은 건물처럼 많이 낡았다. 온천수에 몸을 뉘이고 있으니 몸이 노곤노곤 해진다.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온천수로 피로를 풀고, 다시 버스로 먼길을 돌아가면 피로가 다시 원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버스 배차 시간에 맞춰 온천을 정리하고 나왔다. 유일하게 버스정류장처럼 보이는 곳 앞에서 줄을 서 있는데, 눈을 피하는건지 조그마한 정류장 안에 일본인 두 명이 들어가 앉아있다. 확실하진 않지만 여기가 맞나보다. 하고 계속 서 있었다.

 

  서 있다보니, 어느새 우리 뒤로 계속 사람이 붙는다. 우리 여기서 타는게 맞는지도 모르는데... 한국인 2명 뒤에 늘어선 일본인의 줄이 우습다. 정류장 안에 들어 앉아있던 일본인 두 명이 밖으로 나온다. 우리 뒤로 늘어선 줄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그 줄의 마지막에 가서 선다. 저 둘이 우리보다 먼저 왔는데...

 

본격적인 삿포로-스스키노 탐방기

  다행히 우리가 서 있던 곳이 버스 타는 곳이 맞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들어와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첫날 가고자했었던 스프카레 집을 예약했다. 스프카레를 예약하고 잠깐 뜬 시간을 이용해서 숙소 근처 스스키노 거리들을 돌아 다녀보았다. 돈키호테가 어디 있는지도 확인했고, 삿포로 지하상가도 돌아다녀보았다. 이제야 거리가 눈에 익는다.

 

  그런데도 시간이 조금 남아서 눈에 보이는 아무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다. 관광객은 잘 보이지 않는 조용한 카페였다. 한국어가 들리지 않는 현지를 조용히 관찰할 수 있는 이 분위기가 참 좋다.

 

 

 

  스프카레는 카레를 국물 먹듯이 먹는게 포인트였다. 브로콜리 토핑을 꼭 추가라하라는 얘기가 있어서 브로콜리 토핑을 추가해서 먹었다. 왜 브로콜리 토핑을 추가하라고 했는지 단박에 알 정도로 브로콜리가 맛있었다.

 

구운 브로콜리 토핑이 아주 맛있는 스프카레
구운 브로콜리 토핑이 아주 맛있는 스프카레

 

  스프카레가 참 맛있었는데, 한 가지 아쉬운점은 관광객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귀에 한국어만 들려왔다. 한국어 메뉴판도 있다. 그래서 음식을 주문하고, 먹고, 계산하는게 어렵지는 않았다.

 

  스프카레를 먹고 어제 비에이 가이드가 추천해준 삿포로 생막을 마실 수 있는 바에 가기로했다. 이 바는 삿포로 모육 빌딩 지하에 위치해있는데, 여기서 마신 삿포로 클래식 퍼펙트는 내가 마셔본 생맥주 중에 가장 맛있었다. 종업원 두 분이 아주 귀여웠다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맥주맛이 일품이다.

 

잊지 못할 맥주맛, 삿포로 클래식 퍼펙트
잊지 못할 맥주맛, 삿포로 클래식 퍼펙트

 

  내가 또 한 번 삿포로 여행을 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맥주 바에 다시 찾아와 삿포로 클래식 퍼펙트를 마시는 것이다.

 

  맥주를 두 잔씩 마시고 나와서 거리를 또 돌아다녔다. 같이 간 동기가 돈키호테에서 과자를 사겠다고 해서 같이 갔는데, 둘이서 과자를 무슨 15000엔치나 샀다. 과자를 이고지고 숙소에 풀어놓았다. 다음 일정으로 라멘을 먹을지, 포장마차를 가볼지 고민하다가 배도 너무 부르고 포장마차를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아간 포장마차는 약간 헌팅포차? 같은 느낌이었다. 팔찌를 차면 '나에게 말 걸어주세요~'하는 의미라고한다. 민망해서 팔찌는 차지 못하고, 타코야키를 파는 포장마차에 앉았다. 우리가 한국인이라 꽤 관심을 받는 느낌이다. 포장마차에 앉아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아주 재밌는 그림들이 많이 보인다. 이성의 호감을 사려고 발악중인 양놈과, 이상한 썬글라스를 끼고와서 우리 옆에 앉은 여자애들에게 작업을 걸고 있는 일본인들 그리고 그 속에 우리..

 

  그 그림들을 지켜보는것 만으로도 너무 재밌어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내 옆으로 앉은 여자애들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봤는데, 내 나이를 말해주니 소스라치게 놀란다. 나도 그 친구들 나이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었는데, 한 편으로는 내가 일본어를 조금 만 더 잘했어도 일본인 친구를 사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소변이 너무 마려워서 동기에게 '미안하지만 숙소까지 뛰어서 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진짜 바지에 지릴거 같은데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건물들이 다 문을 닫아서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진짜 정신을 다른데로 돌리기 위해 이 악물고, 달렸다. 달리면서 군가도 불렀다.

 

'이동 중에 군가한다. 군가는 전우'

 

  군가로 정신무장이 되서인지 다행히 바지에 지리지 않고,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드러운 이야기로 끝이 났지만, 같이 달려준 동기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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