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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og

[여행log]나마비루와 함께하는 삿포로 여행기 - ② 어글리 코리안

by 벨크 2024.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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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에만 맥주를 얼마나 마시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일본 여행의 신나는 점은 편의점에서 사와도 안주와 맥주가 맛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숙소에서 편의점에서 사온 주전부리와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마치지 않으면 너무 아쉽다.

 

  삿포로 여행 이틀차에는 미리 예약해둔 비에이 투어가 있기 때문에 적당히 일찍 일어났다. 굳이 굳이 대욕탕까지 올라가서 씻고 나와 비에이 투어를 떠났다. 투어 버스는 삿포로 티비 타워 앞에서 탔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는 티비 타워 앞 공원은 3월이었는데도 눈이 녹지 않고 높게 쌓여있었다.

 

이른 아침 삿포로 TV타워
이른 아침 삿포로 TV타워

 

  비에이 투어는 버스를 타고 다니는 하루짜리 패키지 여행 같은 것이었다.

 

비에이 투어 - 탁신관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비에이는 북해도 원주민 '아이두'들의 언어로 배꼽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북해도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비에이를 향해가는 길에 켄과 메리 나무를 보고, 비에이 역에 도착했다.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켄 매리 나무비에이 역
켄 매리 나무와 비에이 역

 

  3월의 삿포로 여행이었는데도, 운이 좋게 우리가 여행을 시작하기 몇 일전에 삿포로에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는 녹아가고 있어야하는 눈들이 다시 쌓여 겨울 비에이의 전경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압도적이었던 것은 토카치다케 연봉이었다. 눈으로 마주한 어마어마한 설산맥의 위용과 아직도 활동 중임을 뽐내는 화산 연기가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도카치다케 연봉
카메라에는 도저히 담기지 않는 도카치다케 연봉

 

  투어 버스는 점점 산맥으로 나아갔다. 중간에 포토스팟으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포토 타임을 가지고 흰수염포를 향해 갔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그저 그랬고, 흰수염폭포는 물 색깔이 정말 신비로웠다. 두 장소 모두 사진 찍기에는 좋았지만 관광을 즐기기엔 글쎄.. 썩 좋은 장소는 아닌거 같다.

 

  오히려 중간에 잠시 멈췄던 탁신관이라는 장소가 기억에 남는다. 비에이를 정말 사랑한 사진작가의 집. 탁신관 내부의 비에이 사진 전시에는 큰 감흥을 못 느꼈으나, 탁신관 뒤의 조그마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사 들고 걸었던 자작나무 숲이 아주 인상깊다.

 

탁신관의 자작나무 숲

 

  창백하고 앙상한, 이파리 하나 볼 수 없는 높게 뻗기만 한 나무들에게서 느껴지는 고요한 생명력이 신비롭다.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비에이는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야생 동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슴은 정말 심심치않게 봤고, 운이 좋다면 여우도 볼 수 있다. 운이 나쁘다면 곰을 본다고도 한다. 탁신관을 여유롭게 걷던 우리는 곰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크고 흉폭한 발자국을 보고 허겁지겁 버스로 돌아왔다.

 

어글리 코리안 

  비에이 투어를 하는 동안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맴돌았다. 매번 약속시간보다 늦게 버스에 돌아오는 사람들, 본인 사진을 남기느라 장소를 독점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 등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과연, 5명 이상 모인 한국인들과 중국인을 구분 할 수 있을까? 하는 재밌는 생각도 들었따. 한 편으로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보이진 않을까, 반면교사 삼게 된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로비에서 수건을 받았다. 수건을 주신 직원 분이 무척 귀여웠는데, 큰 수건을 4장 달라고 하니, 2장은 무료지만 4장은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럼 작은 수건 2장과 큰 수건 2장은 무료냐고 물어보니, 무료라고 한다. 그럼 그렇게 달라고 하고 돌아서려는데, 내일오면 또 2장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친절함과 귀여움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숙소가 있는 층으로 올라와 문 앞에 섰다.

 

  문고리에 수건이 걸려있다.

 

 아촤촤!!

 

  조금 전까지 어글리 코라인에 대해 고민하던 나의 모습과, 수건을 받고 올라가는 나에게 친절하게 내일 다시 오면 또 수건 2장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얘기했던 직원분의 친절함이 대조적이다. 과연 누가 어글리 코리안인가?

 

북해도의 맛

  수건 집착남이 된 기념으로 대욕탕에서 비에이 투어의 피로를 씻어내고, 가이드님이 예약해준 징키즈칸에 갔다. 징키즈칸을 예약해준다고 하길래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양고기 프랜차이즈 '징기즈칸'을 예약해주는 건 줄 알았는데, 웬걸? 또 한국어도 영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은 로컬 양고기 집이 예약되었다.

 

  알고보니 징키즈칸이 가게 이름이 아니라, 양고기를 구워먹는 불판 이름이다. 그 불판을 이용해 양고기를 구워서 파는 집을 모두 징키즈칸 집이라고 한다. 어쩌다 보니 관광객들이 가는 음식점은 하나 가질 않고, 죄다 의사소통이 힘든 가게들만 골라 들어가 고독한 싸움을 펼치게 된다.

 

징키즈칸니카 하이볼
고독한 싸움의 결과물

 

 

  고독한 싸움의 결과는 아주 맛있었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다양한 부위의 양고기가 미리 준비되어있지 않아, 품절된 부위가 많아 아쉬웠다. 

 

  징키즈칸의 맛에 감동 받아 가이드님께 또 연락을 해 이자카야를 추천 받았다. 이 추천 받은 이자카야가 우리가 여행 중에 먹었던 어떤 음식들보다 특색있고, 맛있었다.

 

 

  프랜차이즈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파는 라멘 사라다와 게살스프 고로케는 북해도에서만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가게와 메뉴까지 추천을 받아서 기대가 아주 컸고, 우리는 또 힘겹게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했다.

 

게살 스프 고로케라멘 사라다
게살 계란말이
언어의 장벽을 넘은 결과물은 언제나 보람차다.

 

  정말 말도 안되게 맛있었다. 삿포로 여행이 끝난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은 음식을 얘기하라면, 이 이자카에서 먹었던 안주들을 꺼내겠다. 심지어 맥주 무제한 리필 행사도 한다.

 

  이틀째에도 어김없이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마셨다. 도대체 하루에 맥주를 몇 잔이나 마시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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