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log

[여행log]나마비루와 함께하는 삿포로 여행기 - ④ 오타루, 귀국

by 벨크 2024. 8. 17.
반응형

  전날 나마비루를 마시면서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

 

  '우리는 왜 일본 이자카야에서 우리끼리 틀어박혀서 맥주를 마시고 있나?'

 

  그래서 오늘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을 관찰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기로했다. 물론 그 전에 예정된 일정을 소화해야한다. 오늘의 예정된 일정인 오타루로 가기 위해 우리는 삿포로 역으로 향했다. 나흘째가 되어서인지 이제는 삿포로가 익숙하다. 어제와 다르게 손쉽게 삿포로 역에서 오타루를 향하는 공항전철을 탔다.

 

  오타루는 정말 질리도록 눈이 쌓여있고, 길이 미끄러웠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탭댄스다. 그렇게 비틀거리며 오르골당에 들어갔다. 오르골당에는 관광객이 넘쳐났는데, 이상하게도 큰 감흥은 없었다. 오르골 박물관과 판매점 그 중간의 어디쯤인게 오타루 오르골당인거 같다.

 

오타루 오르골당과 운하

오타루 오르골당
오타루 오르골당눈새 오르골

 

  오르골당을 설렁설렁 구경하다가 동기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둘 다 그 사실을 알았음에도 서로 걱정도 안하고 돌아다니다가 다시 우연히 마주쳤다. 웃겼다. "나 찾으러 다닌거?", "아니" 이번 여행의 동반자는 정말 완벽하다.

 

  삿포로 여행을 다니면서 '눈새'라는 캐릭터에 아주 푹 빠졌는데, 동기가 정말 귀여운 오르골을 찾았다며 나에게 눈새 오르골을 보여줬다. 정말 귀여웠다. 구매를 안할수가 없었다. 눈의꽃이 흘러 나오는 눈새 오르골을 구매하고 오타루 운하를 보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일본인도 비틀거리는 그 길을 걸어가니, 걷는 것만으로 체력이 엄청 소모가 됐다. 힘들게 도착한 오타루 운하는 소박했다. 그리고 어쩐지 유럽의 분위기가 나는거 같았다. 유럽은 가본적도 없지만.

 

유럽의 분위기가 나는 오타루 운하

 

  힘들게 걸어온 길이 허망할 정도로 소박하다. 하지만 운하를 따라 걷는 길이 나쁘지 않다. 오타루는 오히려 겨울이 아닐때 오는게 좋지 않을까? 선선한 날씨에 운하를 따라 걷는건 꽤 운치있을거 같다. 오타루 운하를 조금 따라 걷고 주린 배를 채우러 삼각시장으로 다시 발걸음을, 아니 탭댄스를 췄다.

 

  탭댄스를 추며 도착한 삼각시장은 단어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지난 해외여행이었던 대만 야시장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오는 기분이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삼각시장을 우선 벗어나와 조금 걸었다. 몇 걸음 옮기지 않았는데, 소박한 카이센동집을 발견했다.

 

'카이센동을 굳이 삼각시장에서 먹어야하는가', '아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여행의 동행은 완벽하다. 소박한 카이센동집은 오히려 그 지역 사람들만 찾는 가게 같아서 더 만족스러웠다. 이런 돌발행동과 로컬 음식점이야 말로 여행의 기분 좋은 묘미이다.

 

카이센동
정말 소박한 음식점, 관광객 한 명 없다.오타루 맥주

 

  카이센동을 먹고 삿포로로 돌아왔다. 여행 내내 맥주를 마신게 해독이 안되는건지 오늘은 좀 지친다. 그래서 낮잠을 자기로 결정했다. 해외 여행 중에 숙소로 돌아와서 낮잠을 자는 사람은 몇 없을거 같다. 심지어 원래 일정으로 짜놨던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간다는 것도 잊은채.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내가 '우리 근데, 삿포로 맥주 박물관 가기로 하지 않았나'하고 물으니 동기가 실소를 터트린다. 잠기운을 갈무리 하고 일어나 우리의 way point인 삿포로 모육빌딩으로 이동했다. 그래도 일본에 왔으니 라멘은 한 그릇 먹어야겠다.

 

삿포로에서의 마지막 밤

 

라멘

 

  라멘 맛이 나쁘진 않았지만, 많이 짰다. 다른 라멘 맛집들이 많았지만 솔직히 줄 서서 라멘을 먹을 시간에 우리는 조금 더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또, 비에이투어 가이드님이 삿포로에서 가장 유명한 라멘집 중에 하나인 '신켄'라멘은 삿포로에 있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 라멘 집에서 먹는거에 80%정도의 맛을 내준다고 한다. 그럼 그 맛집의 맛은 컵라면으로 느껴보기로 하자고 합의 한 후 또 몸을 움직였다.

 

  어제 갔던 포장마차에 한 번 더 가볼까 고민하고 찾아봤는데, 하필 오늘 휴일이다. 조금은 아쉽지만 한 편으로는 좀 조용히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기도 했다. 삿포로에 왔으니 그래도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동기가 가보고 싶다는 빠칭코에 가보기로 했다.

 

빠칭코 체험

 

  빠칭코를 찾아서 길을 좀 헤맸는데, 찾아와보니 정말 우습게도 우리가 자주 지나다닌던 길에 빠칭코가 있었다. 정말 아무 생각도 안하고 돌아다니는구나..

 

  빠칭코는 나이 많은 할머니부터 젊은 친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의 오락 문화라고 하는데, 어쩐지 음울한 분위기는 지울 수가 없었다.

 

  빠칭코를 하고 지하상가를 걷는데 어제 포장마차에서 여자애들한테 대차게 까인 이상한 썬글라스 낀 놈이 소개팅을 하고 있는게 보인다. 아니 이런 우연이 진짜 발생할 수 있다고? 같이 걷던 동기와 정말 대폭소를 터트렸다. 이번에도 그 이상한 썬글라스를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상가에서 왜 썬글라스를 끼는걸까? 너무 우습다.

 

  일본 3대 유흥가라는 스스키노를 좀 걸으면서 구경하기로 했다. 이 추운 날 버스킹을 하는 사람이 있길래 보다가, 박수를 쳐줬더니 갑자기 와서 말을 건다. 자기를 아티스트로 소개한 버스커한테 QR 명함도 하나 받았다. 그새 스스키노에 눈이 또 흩날려서 길이 미끄럽다. 오타루에서 처럼 탭댄스를 추고 있는데, 웃기게도 우리 앞 뒤로 한 무리의 일본 여자애들도 똑같이 비틀거린다. 지들끼리 비틀거리면서 깔깔대고 웃고 떠든다. 우리가 비틀거려도 매우 격한 리액션을 해줬는데, 이게 좀 재밌었다.

 

  적당한 이자카야를 찾아서 맥주를 먹으려고하는데, 대부분이 예약 손님만 받거나 자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 참을 헤매다 우연히 빈자리가 있는 이자카야를 찾아들어갔다.

 

메가 나마비루, 메가 하이볼소박하지만 맛있는 안주

 

 

  우연히 찾아들어간거 치곤 분위기가 꽤 좋았다. 회식을 하는거 처럼 보이는 삿포로 사람들도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 할 수 있는게 참 재밌다. 건너편에 앉은 여자애가 무척 귀여워서 더 좋은건 덤. 일본인들이 대체적으로 체구가 작고 얼굴이 작아서 그런지 귀여운 사람들이 참 많은거 같다. 메가 하이볼과 메가 나마비루를 실컷 즐기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캔맥주를 더 마시면서 이 번 여행을 복기했는데, 정말 너무너무 즐거운 기억들 밖에 없었다. 해외여행을 자주 해보진 않았지만, 가장 즐거운 여행이었다. 동행, 음식, 온천 모든게 완벽했던 여행이었다.

 

귀국

 

  아침에 일어나, 삿포로역에서 공항철도를 탔다. 수첩에 어제의 여행기를 쓰고 있는데, 맞은 편에 앉은 여자분이 책을 읽다가 꾸벅꾸벅 존다. 눈꺼풀을 일으키려고 기를 쓰는데 그 모습을 관찰하는게 좀 재밌었다.

 

  혹시 몰라서 일찍 공항에 왔는데, 너무 일찍 와서 수하물 처리도 못한다. 졸지에 캐리어에 가방까지 안고 공항을 돌아다녀야할 판이다. 맥주를 너무 마셔서 지능이 떨어진거 아니냐고 우리끼리 떠들다가, 돈을 써서 불편함을 해소하기로했다. 캐리어를 사물함에 넣어놓고 공항에서 점심을 먹었다.

 

  공항 구경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수하물 처리를 하러 다시 출국장에 왔는데 불안한 느낌이 엄습한다. 삿포로에 올때 마주쳤던 대한스키지도자연맹인가 하는 사람들이 또 보이는 것이다. 비행 일정이 왕복으로 겹친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왔다. 이번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아니나 다를까, 이 사람들 기내 수하물이 너무 많다. 나와 동기가 짐칸을 쓰지 않았는데도, 다른 승객들 짐을 넣을 곳이 없다. 기내 수하물 싣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비행기 이륙이 늦어진다. 이건 그 연맹 사람들의 양심 없는 행동도 문제지만, 티웨이 항공사의 관리 책임이 크다고 본다. 짐을 싣지 못하는 다른 승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온다. 여행의 마무리가 이렇게 다이나믹할 줄이야. 돌아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귀국길이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정든 삿포로를 떠나는것도 화는데 이런 불편함을 겪어야하다니. 다시는 티웨이를 이용하지 말아야지.

 


  좋지 못한 이야기로 여행기를 마무리 지었지만, 다시 생각해도 삿포로 여행은 내가 다닌 해외 여행 중 가장 즐거운 여행이었던거 같다. 다음번엔 혼자서 해외여행을 한 번 떠나보고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