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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log

[독서감상]호밀밭의 파수꾼 - 가식이란 무엇인가

by 벨크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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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읽은 책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책입니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기도 하고,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이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지만, 외면당하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읽어 본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감상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 표지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 - 가식이란 무엇인가

 

세상이 온통 가식으로 보이는 소년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미국의 고등학생 '홀든 콜필드'가 퇴학을 당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학교를 뛰쳐나오면서 겪은 3~4일간의 방황기입니다. 소설을 읽어보면 '홀든 콜필드'는 세상이 온통 가식적으로만 보입니다. 함께 지내는 기숙사의 룸메이트도, 퇴학을 당하는 자신을 걱정해 주는 선생님도 홀든의 눈에는 가식적입니다.

 

  세상이 온통 가식적으로 보이는 소년에게도 기차에서 만난 수녀들, 여동생 피비 등 몇은 가식적이지 않고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와-, 참나-. 그 판단의 기준이 좀 모호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홀든의 퇴학을 걱정하는 몇몇 어른들과 룸메이트들(위생적인 친구들은 아니지만)은 훌륭해 보입니다.

 

  세상이 모두 가식적으로 보이는 홀든은 모순적이게도 여자애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가식적인 행동을 합니다. 홀든의 이런 모순적인 행동들이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합니다. 저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서 홀든을 만나서 그런지, 홀든이 세상을 가식적으로만 보는 모습도, 이성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가식적으로 행동하는 모습도 그냥 조금 우습기만 합니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사람들이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문장입니다. 소설의 제목이 된 문장이기도 하고, 홀든의 순수함이 잘 묻어 나오기도 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진다는 표현이 순수함을 잃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을 나타낼 때 자주 인용됩니다.

 

  그런데 저는 재밌게도 '얘 또 이러고 나중에 말 바꾸겠는데?'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유명한 소설의 가장 유명한 문장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이 이렇다니..! 앞뒤 다 자르고 인용된 문장만 보고, 엄청난 서사 뒤에 나올 거라는 환상이 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감상이었습니다. 그만큼 오락가락하는 홀든의 심리가 저한테 잘 와닿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과연 가식적인 게 나쁜 것인가?'

책을 덮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홀든은 조금 가식에 물들어야 하지 않을까? 홀든의 심리를 배제하고 보았을 때, 홀든은 그냥 무례한 사람이고, 거짓말쟁이 아닌가? 홀든이 가식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배려와 도덕이 아니었을까요? 결국 홀든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피비 조세핀 콜필드

 

  사실, '호밀밭의 파수꾼'의 몰입력은 피비 조세핀 콜필드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홀든 콜필드의 눈으로 본 여동생 피비는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독자에 따라 피비가 중요한 등장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피비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졌기 때문에 이렇게 하나의 소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방황 도중 피비와 대화가 나누고 싶어진 홀든은 밤 중에 몰래 집으로 들어가 피비를 만납니다. 다행히 부모님은 외출 중이었고, 잠들어 있던 피비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피비와 홀든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이 모든 대화에서 묘사되는 피비의 행동, 말투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그 장면에 그냥 푹 빠지게 됩니다. 글자를 읽고 있음에도 입꼬리가 올라가서 내려오질 않더라고요. 원문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원문도 번역도 너무 훌륭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피비와 대화 중 홀든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피비가 홀든이 지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아니었을까요? 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린 남동생과 지켜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피비의 영향으로, 가식적인 것을 과도하게 싫어하고, 순수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집착이 생긴 것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피비가 홀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면, 저도 같이 지켜주고 싶네요.)

 


  고전이라고 하면 어렵고 지루하기만 할거 같은데(파우스트를 읽은 이후로 이런 편견이 좀 생겼습니다.), 너무 재밌게 몰입해서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어떤 책이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렇게 읽다 보면 그 책이 주는 매력에 빠지거나, 중요한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또 다른 책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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