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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log

[독서감상]모비딕

by 벨크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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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상),(하)
모비딕(상), 모비딕(하)

  올해 독서의 시작인 모비딕입니다. 모비딕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다가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흥미진진한 동화 속 고래 이야기일거라는 기대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이 것은 비참하고 처절한 포경선 선원의 항해일지였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모비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모비딕》 -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떠나는 외다리 선장의 항해일지

이슈마엘은 왜 포경선을 탔는가?

  모비딕은 포경선 피쿼드 호의 선원이었던 이슈마엘이 작성한 고래 사전이자, 항해일지입니다. 이슈마엘은 본래 포경선의 선원은 커녕 일반 상선의 선원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따금 선원이 되어 상선에 오르곤했지만, 포경선에는 한 번도 타 본적이 없는 평범한 뭍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마침 돈도 떨어지고, 육지에서는 이렇다 할 재밌는 일이 없어서 포경선에 오르기로 합니다. 그리고 출항을 준비하는 여러 포경선 중, 이끌리듯 피쿼드 호에 오르게 됩니다. 일상이 지루하고 평온한 삶에 지친 이슈마엘이 피쿼드 호에 오르게 된 것은 과연 우연일까요?

에이해브 선장의 잃어버린 다리

  모비딕이 이슈마엘의 항해일지라고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관찰자일 뿐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항해의 주인공은 에이해브 선장과 그의 항해사들이었습니다.

 

  에이해브 선장은 지난 항해에서 유난히 거대하고, 하얀 혹을 가진 모비 딕이라는 향유고래에게 한 쪽 다리를 잃습니다. 그 때 그는 단순히 다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다리와 함게 그의 영혼이 모비 딕의 뱃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그는 복수와 광기에 휩싸였습니다.

 

  항해 도중 에이해브 선장의 고래 뼈로 만든 의족은 두 번이나 부숴지게 됩니다. 마지막엔 고래 뼈로 의족을 만들지 못하고, 약하디 약한 나무로 잃어버린 한 쪽 다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 벌어진 일을 보더라도 에이해브가 잃어버린 다리는, 그리고 그 다리를 대체한 의족은 그의 영혼이나 생명력이었을 것입니다.

에이해브와 스타벅, 스터브

  에이해브의 마음 속 깊은 곳의 본질은 일등 항해사 스타벅과 같습니다. 스타벅은 피쿼드 호의 가장 이성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모두가 광기에 휩싸여 모비 딕을 쫓을 때, 혼자 냉정함을 유지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광기 그 자체였던 에이해브와 가장 대척점에 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에이해브는 오히려 스타벅을 가장 이해하고, 보호하게 됩니다. 가장 반대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스터브는 에이해브의 광기를 그대로 복제해낸 인물입니다. 그는 향유고래를 쫓아 포경보트를 몰아 갈 때도, 포경보트의 노잡이들을 격려 할 때도, 고래에게 창을 던질때도 어딘가 미쳐있는 듯 묘사됩니다. 실제로 스터브는 글 속에서 가장 많은 고래를 잡아 낸 인물입니다.

 

  에이해브와 스타벅, 스터브. 피쿼드 호의 선장과 일등 항해사, 이등 항해사. 선장의 모습이 투영되는 두 항해사들의 모습이 어쩌면 피쿼드 호가 에이해브 그 자체임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모비 딕과 에이해브의 영혼

에이해브의 뼛속에는 다시 마르지 않는 생기가 흐른다! 돛을 펼쳐라. 노를 젓고, 키를 잡아!

  모비 딕을 발견한 에이해브의 외침입니다. 에이해브는 모비딕과의 전투에서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에이해브는 모비 딕과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모비 딕과의 전투 자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 모비 딕을 추격한 첫째 날이 지나고 에이해브는 스타벅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에이해브는 여러 징조들이 죽음을 말함에도 불구하고, 모비 딕과의 전투에 집착합니다. 거대한 바다 괴물 뱃속에 삼켜진 자신의 영혼을 쫓아 본인도 그 뱃속으로 들어가길 각오한 사람 같습니다. 사흘 동안의 결투 속에 누구보다 생기넘치던 에이해브는 모비 딕과의 전투 자체에서 이미 그의 잃어버린 영혼을 찾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읽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모비딕을 읽으면서 처절한 광기와 그 속에 희열을 보았습니다. 무엇이 사람을 그토록 미치게 할 수 있을까? 목숨을 걸고 해내야하는 일이 있는 사람의 행동 속에 녹아 있는 광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어줍니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을 몰입하게 할 만큼 열정적으로 해내고 있는 일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모비딕에 대한 감상을 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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